'딸 방화' 사건으로 아내 잃은 아버지의 통곡
"어제밤 9시만해도 함께 여행이나 다니자고 약속했는데..." 딸의 방화로 지난 11일 새벽 사망한 이명희씨의 전 남편 박노일씨가 입을 열었다. 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 딸이 그랬어요"라며 말을 꺼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소식을 듣고 어제 저녁 7시에 병원에 갔더니 아내의 살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며 "저녁 9시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나누며 괜찮을 거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연신 울먹였다. 박씨에 따르면 부인 이씨하고는 서류상 이혼한 상태다. 하지만 몇년전 아들이 구입한 노크로스 집에서 가족이 다시 모여살기 시작했다. 이혼을 하게 된 것도 딸의 정신이 이상해지면서 부터였다. "2~3년전 딸이 이혼을 하고, 아이를 남편이 데리고 가면서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자기 엄마를 폭행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보냈고, 지난달 31일에서야 퇴원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박씨에 따르면 딸 박나영씨는 지난해 11월 29일과 12월 2일에도 어머니 이씨를 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시 폭행으로 어머니 이씨는 머리가 10센티미터 이상 찢어지기도 했다는 것이 박 씨의 증언. 박 씨는 "아내는 딸을 감싸기 위해 머리가 찢어졌을 때도 계단에서 굴러서 그랬다고 말했다"며 "상처받은 딸에게 혹시나 무슨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박씨는 인근 한인유통업체에서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박씨는 성실하고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직원중 하나다. 특히 자주 정신병력이 있는 딸과, 몸이 아픈 아내에 대해 근심어린 걱정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사실 불안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딸이 자꾸만 약먹기를 거부했어요. 아들과 내가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항시 딸을 돌볼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내버려뒀던 일이 이렇게까지 될줄은..." 아내의 죽음이 슬프지만, 박씨에게는 아내의 가는길과 남아있는 딸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아내의 장례비와 딸을 치료해야 할 일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화장을 했었습니다. 아내가 그때 나중에 자신이 죽어도 화장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화장하기 싫다고 하는 아내가 불에 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사정상 화장을 해야 될 지도 모르는데, 아내를 두번 죽이는 것 같습니다." 박씨는 "체포된 딸은 아직 만나보지도 못했다"고 말하고 "아내와 딸, 두사람을 동시에 잃어버렸다"며 말끝을 흐렸다. 권순우 기자